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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수 딸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울엄마 | 네이트 판
결혼/시집/친정 : 28살, 백수 생활 2년차 우울증이 심해져서 퇴사 후 간간히 알바만 하며 남한테 손 안벌리고 혼자 조용히 입에 풀칠만 하며 사는 인생 중인데 저도 제가 너무 한심하거든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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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8살, 백수 생활 2년차우울증이 심해져서 퇴사 후 간간히 알바만 하며남한테 손 안벌리고혼자 조용히 입에 풀칠만 하며 사는 인생 중인데저도 제가 너무 한심하거든요같은 나이 친구들은연차 쌓여서 승진하고일찍 결혼해서 애 낳은 친구도 있는데나는 방구석에서하루종일 멍때리기 말고는 하는 일이 없고가끔 치킨 같은거 먹고 싶어도하는일도 없이 처먹기만 하는거 같아서고작 치킨 한마리도 맘놓고 못 사먹겠어요쌍둥이 남동생은 벌써 가정 꾸렸고매달 엄마한테 용돈도 드리고엄마네집 에어컨도 바꿔주고남부럽지 않은 멋진 자식일텐데쌍둥이 누나인 저는백수니까 늘 자신감도 없고 더 우울했어요그래서 엄마랑 동생이랑 연락도 잘 안하고원룸에서 나가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살았는데오늘 엄마가 계모임에서 술한잔 하셨다더니수박을 집앞에 놓고 가셨어요제가 수박 엄청 엄청 좋아하거든요음식물 쓰레기 처리하기 힘들까봐손수 다 깎아서 통에 담아서 오셨는데우울증 핑계로 늘 무기력하게 누워있는한심한 자식도 자식이라고 집앞에 수박을 놓고 가셨네요남들처럼 어버이날에 몇십 몇백씩 용돈 못 드리지만십만원 계좌로 보냈더니 전화가 오셨네요동생 프사에 돈 나오는 케이크가 올라와있는거보면못해도 100은 해드린거 같아요나는 10 해드렸는데 너무 부끄럽고 죄송해서내가 누나인데도 동생보다 많이 못드려 죄송하다 했더니엄마한테는 동생보다도 제가 더 고맙다 하시네요그래서 우울증 백수딸이 뭐가 그렇게 고맙냐 하니까쌍둥이로 한날 한시에 나왔지만동생보다 제가 더 효녀래요어릴때 동생은 순해서 울지 않았는데저는 엄마 껌딱지라 조금만 떨어져도사이렌처럼 울었대요그래서 시어머니 구박이랑 시집살이에도 벗어날 수 있었대요제가 하도 난리치며 우니까할머니가 엄마보고설거지 하지말고 방에가서 애나 보라고 하셨다고저 낳은 이후로는 주방에 들어갈 일이 줄었대요제사때도 제가 엄마 곁을 안떠나서할머니가 저한테 여자애가 쓸모짝 없다고 쥐어박을때그럼 할머니도 여자니까 쓸모짝 없다고엄마 손 잡고 방에 들어와서 방문 걸어잠그고같이 자자면서 엄마 곁을 벗어나질 않았대요그러다가 결국 시집살이와 아빠의 폭력 등으로이혼하셨고한동안은 할머니 댁에서 살았어요엄마랑 헤어진게 너무 슬퍼서말도 안하고 밥도 죽지 않을만큼만 먹다가머리 좀 크고 나서는동네방네 엄마 욕하는 할머니랑치고박고 싸웠어요우리엄마 욕하지말라고할머니 때문에 아빠 때문에 엄마가 집 나간거라고난리쳤거든요동생은 집나간 엄마가 뭐 좋냐며아빠랑 할머니가 훨씬 좋다 그랬어요당연하겠죠걔는 남자애라 사랑받았고나는 여자애라 집안일 독식 하면서도늘 구박데기 였으니까요그러다 좀 더 크고 나서 엄마가 저희를 데리러 왔어요가난해서 엄마가 새벽까지 식당 알바를 했는데제가 늘 엄마를 기다렸다가엄마 어깨 주물러 줬거든요잠에 취해서도 엄마 어깨 주물러 주던 제가엄마한테는 최고의 자식이래요할머니가 엄마 욕하고 다닐때엄마 대신해서 싸워줘서 고맙대요동생한테는 비밀인데엄마는 저를 좀 더 사랑하신대요백수여도 우울증이여도엄마한테는 제가 항상 자랑스럽대요전화 끊고 한참을 울었네요수박이 달아서엄마의 사랑이 달아서더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고 싶은 밤이네요우울증 이겨내서취직도 하고 돈 열심히 모아서엄마 첫 비행기 태워드리고 싶어요+지금 병원 가는 버스 안이에요당장 남들처럼 멋지게 살지는 못하더라도조금씩 나아가보려고 합니다댓글로 따뜻하게 응원해주신 분들께진심으로 감사드려요여러분들에게 행복이 있기를그리고 저도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